항목 ID | GC055018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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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歲時風俗 |
이칭/별칭 | 세시,세사,월령,시령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경상북도 청도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석대권 |
[정의]
경상북도 청도군에서 한 해를 주기로 일정한 시기마다 되풀이하여 행하는 의례 행위.
[개설]
세시 풍속은 정월부터 섣달까지 일 년 열두 달을 주기로 하여 같은 계절이나 절기에 반복되어 전해 오는 의례 행위이다. 세시(歲時)·세사(歲事)·월령(月令)·시령(時令)이라고도 한다. 설·대보름·단오·추석과 같은 큰 명절을 비롯하여 24절기가 대표적인 세시 풍속의 주기이다. 특히 계절의 변화는 생업, 곧 농업 생산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어 이에 따른 의례와 놀이 등이 다양하게 전승되어 왔다.
청도 지역은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특별한 차이점은 없지만, 오래전부터 농업이 성행한 낙동강 중류 연안 지역으로서 논농사 지역이 넓고 모내기가 일반화되어 있어서 농경과 관련하여 주술적 성격이 강한 의례와 집단 놀이가 많이 행하여졌다.
[1월]
정월은 1년이 시작하는 시기이므로 세시 풍속이 다른 어느 때보다 많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기원하고 예방하고 점복하고 금기하는 등의 의식이 세시 풍속으로 다양하게 형성된 결과이다. 특히 정월 대보름의 세시 풍속이 많다.
1. 설
설날 은 새해의 첫날로 여러 명절 중에서도 으뜸이다. 이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설빔으로 갈아입고 어른들에게 세배를 하는데 이때 덕담이 오간다. 설 차례는 한 해의 가장 중요한 첫 행사이다. 집안사람들이 종손의 집에 모여서 차례를 먼저 지내고, 마지막에 자기 집 어른을 위한 차례를 지낸다. 청도 지역에서는 차례상에 문어와 돔배기[상어고기]가 반드시 올라간다. 차례를 지내고 음복하고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 성묘하고, 성묘 후에는 집안 어른이나 이웃의 웃어른을 찾아가 세배한다.
청도 지역의 설날 민속놀이로는 연날리기, 윷놀이, 널뛰기, 공치기, 씨름 등이 있었으며 풍각면 성곡리에서는 ‘들돌 들기’를 하여 힘자랑을 하였다. 각북면 삼평리에서는 설날 놀이로 풍물놀이를 하였다.
2. 정월 초
정월 초에는 복조리를 벽이나 부엌문에 걸어 두어 그해의 복을 기원한다. 그믐날 밤중이나 초하루 새벽에 복조리 장사꾼이 복조리를 던져 놓고 가면 나중에 돈을 치르거나 복조리 장사꾼이 마을에 팔러 올 때 필요한 만큼 산다.
첫 토끼날인 상묘일(上卯日)에는 남자가 먼저 대문을 열어 주면 좋다고 하여 여자가 먼저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삼간다. 매전면 동산 2리에서는 정월 초이렛날인 인날[人日]에 떡을 해 먹으면 약이 되어 좋다고 여겨 팥을 넣고 찹쌀을 두른 인떡을 먹었다. 인떡은 약이 되므로 약떡이라고도 부른다. 이 밖에도 연초에 토정비결 보기, 삼재풀이, 방수하기, 부적 붙이기, 엄나무 걸기, 용왕먹이기, 지신밟기 등을 행하였으며 춘향 아씨 놀리기, 줄다리기, 윷놀이, 연날리기 등의 놀이를 즐겼다.
풍각면에서는 정초에 여러 이웃 마을이 모여서, 서로의 위세를 과시하고 풍농을 기원하며 마을 구성원들 간의 단합과 결속을 다지는 천왕기 싸움을 벌였다. 현재 지방 무형 문화재 제4호 청도 차산 농악으로 지정된 차산 풍물놀이는 이 천왕기 싸움을 발판으로 발전한 것이다.
3. 입춘
입춘이 되면 ‘입춘대길’ 등의 글귀를 대문이나 기둥에 붙이는데 지난해의 축이 붙어 있으면 그 위에 덧붙인다. 입춘이 지나고 사흘 후에는 밭에 나가 보리의 뿌리를 뽑아서 보리 뿌리 점치기를 하는데 뿌리가 세 가닥 내려 있으면 그해에 풍년이 든다고 여겼다.
4. 정월 대보름
정월 대보름 아침에는 오곡밥과 묵은 나물을 먹는다. 오곡밥을 먹을 때 아주까리[피마자] 잎에 쌈을 싸서 먹으면 산에서 꿩알을 주울 수 있다고 여겼다. 아이들은 조리를 들고 찰밥을 얻으러 다녔는데 디딜방아 머리 위에 앉아서 먹으면 부스럼이나 마른버짐이 피지 않는다고 했다.
귀밝이술 마시기, 부럼 깨기[이박기], 청어 온마리 먹기, 아홉 번 행동하기, 모깃불 피우기 등으로 한 해의 건강을 기원하였으며 새 쫓기, 소에게 목도리 해 주기, 소밥주기, 달집태우기, 달맞이, 달점치기 등을 행하며 풍농을 점치고 풍년을 기원하였다. 특히 이 중에서 줄다리기는 다산을 상징하는 동시에 풍년을 기원하는 주술성을 내포한 대표적인 대동놀이로서, 청도 지역에는 오랜 역사와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도주 줄다리기가 전승되어 오고 있다.
5. 동제
정월 보름날에는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냈다. 청도 지역에서는 동제를 ‘당제’라고 부르며 당의 형태는 나무가 보통이다. 제관은 마을신인 천왕을 천왕대에 내려서 정한다. 이 천왕대는 마을의 권위를 상징하는 표상기이기도 하여 되도록이면 크고 화려하게 만들었으며 사람들은 천왕기를 앞세우고 풍각면의 5일장인 풍각장에서 열리는 천왕기 싸움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대잡이를 통해 제관으로 뽑히면 목욕재계하고 근신에 들어가며 대보름날 새벽에 동제를 지낸다. 한편, 마을 주민들은 제관의 집이나 마을 회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제가 끝나면 함께 음복을 하고 그해의 품값을 정한다.
[2월]
1. 영등할머니 위하기
이월 초하루는 영등할머니[영등할매]가 내려오는 날로서 각 집에서는 영등할머니를 모신다. 영등할머니를 위해 찰밥을 하고 밥이 다 되면 밥을 뜨기 전에 식구 수대로 숟가락을 꽂고 가족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였다. 가족 중에 공부하는 학생이 있으면 책을 올려 놓기도 하고 집에서 쓰는 연장을 다 가져와 놓고 농사가 잘되게 해 달라고 빌기도 한다.
영등할머니가 내려와 있는 동안에는 아침마다 장독대 위에 영등물을 올리는데, 이 물이 깨끗하고 정성이 깃들어 있다 하여 몰래 물을 훔쳐 먹기도 하였다.
2. 송기떡 빚기
이월 초하루에 소나무의 속껍질인 송기를 쑥과 함께 삶고 거기에 쌀가루를 섞어서 송기떡을 빚어 먹는다. 송기를 삶으면 물이 벌겋게 우러나는데, 그 물을 대문에 발라 잡귀가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3월]
1. 삼짇날
음력 3월 3일은 삼짇날이라고 한다. 삼짇날이 되면 부녀자들이 마을 근처의 산이나 들로 가서 화전놀이를 즐겼다. 이때쯤에는 나비가 날기 시작하는데 노랑나비, 특히 범나비를 보면 운수가 좋다고 여겼으며 흰나비를 보면 상주(喪主)가 되는 징조라 하여 꺼린다.
2. 한식·청명
24절기의 하나로 날씨가 맑게 갠다는 청명일은 동지에서 105일째 되는 날인 한식과 거의 같은 시기에 돌아온다. 청명은 무엇을 해도 탈이 없는 날이라 하여 묘를 수리하거나 이장한다.
3. 곡우
24절기 중 청명 다음에는 절기가 곡우이다. 곡우에는 고로쇠나무나 거지나무, 자작나무 등에 대롱을 박아 수액을 마시는데 이를 ‘곡우물’이라 한다.
4. 나뭇잎점 보기
청도군에서는 음력 3월이면 나무의 잎이 피는 것을 보고 한 해의 날씨를 점쳤다. 풍각면 덕양리 송월 마을에서는 마을 입구의 이팝나무 꽃이 하얗게 잘 피면 그해에 풍년이 들고, 그렇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고 점쳤다. 매전면 동산 2리에서는 당산나무에 잎이 한꺼번에 피면 그해에 비가 많아서 모심기를 한 번에 하지만 두 번에 나누어 피면 가물어서 모심기를 두 번에 걸쳐 할 것으로 여겼다.
[4월]
음력 4월 8일은 부처님오신날로 이날을 초파일이라고 한다. 이날은 가까운 큰 절이나 암자로 불공을 드리러 간다. 식구 수대로 연등을 달기도 한다. 청도 지역에는 초파일에 세 곳의 절을 다녀오면 극락 간다는 말이 있다.
[5월]
1. 단오
음력 5월 5일은 단오라고 하여 연중 4대 명절의 하나이다. 청도가 속한 경상도 지역은 단오·추석 복합 문화권으로, 단오를 명절로 인식하는 지역이 있기도 하지만 농사일로 바쁜 시기이기에 명절로 여기지 않는 지역도 있다. 청도는 추석 문화권에 속하는 지역이다.
부녀자들은 단옷날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뛰기를 하고, 남자들은 씨름 대회를 했다. 이 밖의 단오놀이는 거의 전승되지 않는데 애초부터 단오를 중시하지 않은 문화적 특성 때문이다.
2. 감꽃 보고 점치기
5월이 되면서 감꽃이 지기 시작하는데 화양읍 송정리 송금 마을에서는 감꽃이 말랐는데도 떨어지지 않으면 그해에는 가뭄이 드는 등 좋지 않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6월]
1. 유두
음력 6월 15일은 유두 또는 유두절이라 하는데 청도 지역에서는 이날 주로 멸치로 국물을 낸 칼국수나 밀떡을 즐겨 먹었다.
2. 기우제
모심기를 하고 나서 비가 오랫동안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 화양읍 송금리 송정 마을에서는 삼신동에 있는 못에서 기우제를 지내는데 못의 물이 다 말랐으므로 그 안으로 들어가서 지냈다. 매전면 동산 2리에서는 날이 심하게 가물어 모심기조차 어려우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인근의 높은 산으로 올라가서 불을 크게 놓았는데 하늘이 그 불을 끄려고 비를 내린다고 믿었다.
한편, 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 비가 온다는 믿음이 있어 기우제의 일환으로서 매전면 동산리에서 열리는 동창장이 서는 날에 장소만 바꾸어 냇가가 있는 들에 장을 세우기도 했다. 풍각면 송서 1리에서도 인근 지역에 가뭄이 들면 마을 앞 율산을 끼고 도는 소(沼)인 ‘밤까소’에 임시로 장을 세워 비가 오기를 기원했다. 신성한 곳에 난장을 트면 이곳을 깨끗이 하려고 비가 내린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렇게 장이 서는 것을 ‘장을 내보인다.’라고 한다. 밤까소에서 장을 내보여도 비가 오지 않으면 봉기 2리의 냇가에서 장을 내보인다.
청도 지역 사람들은 날이 가물고 비가 오지 않는 이유가 마을에 꽝철이[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박혔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3. 복달임
복날이 되면 여름내 고되었던 농사일을 하루 쉬며 몸보신을 하는데 주로 개고기를 많이 먹었다.
[7월]
1. 칠석
청도에서는 칠석날 물맞이를 하면 몸에 좋다 하여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청도읍 남산에 있는 폭포에 물을 맞으러 갔다.
2. 백중
음력 7월 15일은 백중(百中)·백중(百衆)·백종(百種)·중원(中元)·망혼일(亡魂日) 등으로 불린다. 백중날은 조상을 위해 절에 가서 불공을 드렸다.
3. 세벌매기
청도 지역에서는 고디[나발]를 불어 논매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더운 여름 세벌매기를 끝낸 후 상머슴이 수수깨비[수수깡]로 온몸을 치장하고 소를 거꾸로 탄 채 일꾼들과 함께 마을로 돌아오면 논 주인이 고기와 술을 준비하여 일꾼들을 대접한다. 일꾼들은 풍물을 울리고 논매는 시늉도 하면서 즐겁게 논다.
각북면 삼평리에서는 세벌매기를 마치면 머슴은 소를 타고 다른 이들은 북을 두드리며 춤추고 노는데, 머리에는 고깔을 썼다. 주인집에서는 ‘누룬국’[손칼국수]를 내어 놓고 잔치를 베풀어 주었다. 화양읍 송금리 송정 마을에서는 네벌매기를 했는데 네벌매기는 농기구 없이 논매는 시늉만 하고 네벌매기가 끝나면 주인집에서 크게 잔치를 벌여 한 해의 노고를 치하해 주었다.
[8월]
1. 추석
차례를 지내기 전에 벌초를 하는데 칠월 보름부터 시작해서 팔월 열나흗날까지 끝낸다. 추석 차례는 설 차례와는 올리는 음식과 과일이 다른데 추석 차례는 햇과일과 햇곡식으로 만든 송편과 메를 올린다. 추석 전까지 햇곡이 나지 않으면 중양절에 차례를 지내는 때도 있었지만 현재는 그런 예가 없다.
2. 문풍지 바르기
8월에 문풍지를 발라두거나 집수리를 마쳐 미리 겨울을 준비한다.
[9월]
햇곡식이 나지 않아 추석 차례를 지내지 못했거나, 전쟁터에 나가 생사를 모르거나, 제삿날을 모르는 조상의 제사는 추석 차례에서 모시지 않고 9월의 중양절 차례에서 모셨다.
[10월]
1. 묘사
시월이 되면 집안마다 날을 정하여 묘사를 지낸다. 가장 윗대 조상의 묘소에 묘사를 지내고 나서 아랫대로 내려오면서 제를 지낸다. 묘사는 현재도 행하고 있다.
2. 안택
가을 추수 후 좋은 날을 받아 집안의 여러 신령에게 햇곡식을 올리고 집안이 평안하기를 기원하는데 이를 ‘안택’ 또는 ‘갯물한다.’라고 일컫는다. 안택에 올리는 대표적인 음식은 시루떡이다.
가을의 적당한 때에 초가집의 지붕에 이엉 잇기를 한다. 이엉 잇기를 마치면 지붕 위에서 소변을 보고 내려온다. 이렇게 해야 화재를 막을 수 있다고 여긴다.
[11월]
동지 에는 팥죽을 끓여 먹는데 팥죽을 끓이면 성주와 조상 앞에 먼저 한 그릇씩 떠 놓는다. 팥죽을 먹기 전에 화장실과 부엌, 대문 등 집 안 곳곳에 팥죽을 뿌리는데 팥죽의 붉은색이 부정한 기운을 막아 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팥죽에는 찹쌀로 만든 새알심을 넣는데 팥죽을 먹을 때에는 자기 나이 수만큼 새알을 먹어야 한다.
[12월]
12월을 섣달, 12월 마지막 날을 섣달그믐이라 한다. 일 년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에는 묵은세배, 수양어머니 위하기를 하고 밤새도록 온 집 안에 불을 켜 두어 잡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이날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는 말이 있어 섣달그믐에는 밤새기를 한다.
[윤달]
윤달은 공달, 덤으로 주어지는 달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해도 괜찮은 달이다. 윤달에는 수의를 미리 장만하기도 하고, 산소에 상석을 세우거나 집수리를 한다.
[의의와 평가]
세시 풍속은 자연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큰 농경 사회에 기반을 두고 형성되었으며 지연 공동체를 통해 전승되어 왔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로 사회 구조가 변화하면서 지연 공동체를 약화하고 세시 풍속의 단절을 가속화하였다. 바꿔 말하자면 세시 풍속은 공동체 의식과 밀접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 배금주의와 개인주의에 치우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은 공동체 의식을 통하여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시 풍속의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세시 풍속을 낡고 재미없고 귀찮은 것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세시 풍속의 보존과 전승을 통하여 세시 풍속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인간의 삶에서 차지하는 의의를 확인하려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