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경기도 시흥 지역에 묘·신도비·서원이 있는 조선 전기의 문신.

[가계]

본관은 진주(晉州), 자는 연량(淵亮), 호는 경재(敬齋)·신희옹(新稀翁). 증조할아버지는 찬성사(贊成事) 하즙(河楫), 할아버지는 대사헌 하윤원(河允源), 아버지는 판청주목사(判淸州牧使) 하자종(河自宗), 어머니는 진주 정씨(晋州鄭氏)로 이조판서 정우(鄭寓)의 딸이다.

[활동 사항]

하연(河演)[1376~1453]은 정몽주(鄭夢周)의 문인으로 1396년(태조 5) 식년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봉상시녹사(奉常寺錄事)에 보임된 후 1402년(태종 2) 사헌부감찰을 지냈다. 이후 이조정랑·사헌부집의를 거쳐 1417년(태종 17) 승정원동부대언(承政院同副代言)과 예조참판을 지냈다. 1418년(태종 18) 세종이 즉위하자 승정원지신사(承政院知申事)의 중책을 맡은 후 1423년(세종 5) 사헌부대사헌이 되어 불교의 폐단을 비판하는 「척불소(斥佛疏)」를 올렸다. 당시 여러 불교 종파를 선교 양종과 36본산으로 통합하는 일을 주도하였다.

1430년(세종 12) 형조판서에 제수되었고, 1436년(세종 18) 의정부참찬·예조판서를 차례로 거친 후 이듬해 인사 행정을 책임지는 이조판서에 올랐다. 1441년(세종 23) 의정부좌찬성으로 판이조사(判吏曹事)를 겸임하였고 이듬해 행수법(行守法) 제정을 주도하였다. 1445년(세종 27) 의정부우의정, 1447년(세종 29) 좌의정을 거쳐 1449년(세종 31) 영의정에 이르렀다.

영의정 재임 중 문종이 대자암(大慈庵)을 중수하려고 하자 불가함을 역설하였다. 1451년(문종 1) 영의정으로 치사(致仕)한 후에도 요동 지방의 말을 매입하는 문제나 공법과 같은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 문종이 집으로 사람을 보내 자문하였다. 하연의 졸기(卒記)를 보면 의정부에 근무한 20여 년 동안 사대부를 예로 대접하고 개인적인 청탁을 받지 않은 청렴한 정승이라고 평가하였다.

[학문과 저술]

저서로 『경재집(敬齋集)』, 편서로 『경상도지리지(慶尙道地理志)』·『진양연고(晉陽聯藁)』가 있다. 하연의 문집인 『경재집』은 1609년(광해군 1) 후손 하곤이 간행하였고, 경상도관찰사로 재임 중 편찬한 『경상도지리지』는 후일 『세종실록지리지』를 편찬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묘소]

묘소는 경기도 시흥시 소산서원길 20에 있다.

[상훈과 추모]

시호는 문효(文孝)이며 1454년(단종 2) 문종(文宗)의 묘정(廟庭)에 배향되었다. 1455년(세조 즉위년) 소산재(蘇山齋)라는 재실을 지었으나 임진왜란 때 불에 타버린 것을 후대에 중건하였고, 1995년 소산서원(蘇山書院)으로 명칭을 바꾸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 밖에 숙종 때 진주의 종천서원(宗川書院), 합천의 신천서원(新川書院)에도 배향되었다. 하연의 3남 하우명(河友明)이 의뢰했다고 전해지는 신도비 비문은 남지(南智)가 짓고 글씨는 김교덕(金敎悳)이 썼다. 하연 선생 묘는 1986년 3월 3일 시흥시 향토유적 제3호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