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2016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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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歲時風俗 |
영어음역 | Sesipungsok |
영어의미역 | Seasonally Special Days |
이칭/별칭 | 세사,월령,시령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경상북도 김천시 |
집필자 | 이석호 |
[정의]
경상북도 김천 지역에서 해마다 일정한 시기에 되풀이하여 행하는 의례적인 생활 풍속.
[개설]
세시 풍속은 원시 농경 사회로부터 인간이 주기적·관습적·의례적으로 생활 행위를 반복해 온 표준적인 행동 양식이다. 또한 한 해를 통해 매달 행해지는 것으로 생활의 단락을 지워 주는 시간적 단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시 풍속은 계절의 변화와 농업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전승되어 왔다. 이를 세사(歲事), 월령(月令), 시령(時令) 등이라고도 한다. 김천 지역은 타 지역과 특별한 차이점은 없지만 내륙 깊숙이 위치한 지역적 특성이 반영되어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1970년대 말까지 세시 풍속이 잘 보존되어 왔다. 김천 지역에서 전승되는 세시 풍습을 월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월 세시 풍속]
농업 사회에서는 한 해가 시작되는 1월은 새해의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풍년에 대한 축원과 사악한 기운으로부터 가정과 공동체를 수호하고자 하는 점복 의식이 의례에 반영되어 나타난다. 특히 정월은 다른 달에 비해 세시 풍속과 의례가 다양하며 짧은 시기에 집중되는 것이 특징이다.
1. 그믐밤 야광귀 막기
12월 마지막 날 밤부터 설날 새벽 사이에는 ‘양개이’, ‘야광귀(夜光鬼)’라 불리는 귀신이 와서 뜰에 벗어 둔 아이들의 신발을 고루 신어보고 제 발에 맞는 것을 신고 가는데 신을 잃은 아이는 불길하기 때문에 이날 밤은 잠을 자지 않고 지킨다는 풍습이다. 또 온 집안에 불을 밝히는데 부엌을 지켜 주는 조왕신이 하늘에 올라가 집안사람이 일 년간 행한 선악을 옥황상제에게 보고하고 돌아오기 때문에 조왕신을 맞이하려고 불을 켠다고 한다.
2. 설날
설날이 다가오면 복조리 장사들이 복조리를 한 짐 메고 골목을 다니면서 이것을 사라고 외쳐댄다. 각 가정에서는 1년 동안 필요한 수량만큼의 복조리를 사는데 일찍 살수록 좋으며 집안에 걸어 두면 복이 담긴다고 믿는다. 설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미리 마련해 둔 새 옷으로 갈아입는데, 이 새 옷을 설빔이라 한다. 아침에는 가족 및 친척들이 모여들어 정초의 차례를 지낸다. 차례는 모처럼 자손들이 모두 모여 오붓하게 지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차례가 끝나면 어른들께 순서를 따져 세배를 올린다. 떡국으로 마련한 세찬(歲饌)을 먹고 어른들은 세주(歲酒)를 마신다.
세찬이 끝난 후에는 차례 상에서 물린 여러 명절 음식들을 나누어 먹는 음복(飮福)이 마련된다. 아이들에게는 세뱃돈을 주며 덕담을 나누고 한 해의 운수 대통을 축원해 준다. 이웃 및 친인척을 찾아서 세배를 다니는 일도 중요한 풍습이다. 정초에 어른이나 친구를 만나게 되면 말로써 새해 인사를 교환하는데, 이를 덕담이라 한다. “과세 안녕하셨습니까?” 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하는 식으로 설날 인사를 한다. 또 조상의 무덤을 찾아나서는 성묘도 하는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는 인사를 조상의 묘에 고하는 것이다.
3. 점치기
정초가 되면 다가오는 한 해의 운수를 미리 알고 싶은 마음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운수 점을 치게 된다. 운수 점은 토정비결, 윷점, 화투점 등이 있다. 김천 지역에서 가장 성행했던 윷점은 개인적인 운수를 점치는 풍습은 없고 집단적으로 수답과 천수답 또는 풍년과 흉년으로 편을 갈라 윷을 놀고서 정해 놓은 편이 이김으로써 풍년과 흉년을 가리는 점이다.
4. 동제
정초에 마을 사람 전체가 한 해 동안 마을의 안녕을 비는 제사를 지냈다. 제단이 없는 마을에서는 오래 묵은 정자나무나 또는 동네를 수호하는 동신이 깃들이고 있다고 믿는 곳에 제수를 차리고 제관을 뽑아서 지낸다. 제관은 마을에서 탈이 없고 깨끗한 남자를 뽑는다. 제관으로 뽑히면 며칠 전부터 마을을 가다듬고 외출을 삼가며 제삿날 새벽에 찬물로 목욕재계하고 아무도 만나서는 안 된다.
집집마다 금줄을 치고 사립문 밖에 붉은 황토를 뿌린다. 금줄은 깨끗한 새 짚으로 왼새끼를 꼬아 양끝은 자르지 않고 사립문에 걸고 솔가지와 숯을 꽂는다. 동제 날은 아무도 그 마을을 방문해서는 안 되고 마을 사람도 외출을 금한다. 동제 제수를 위한 비용은 마을 공동 소유의 전답에서 얻는 소작료나 산림 소득 또는 지신밟기 등에서 얻어지는 수입금으로 충당된다.
5. 제웅
짚으로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 동전, 쌀, 출생 년의 간지, 성명을 적은 종이를 넣고 입던 옷을 입혀 정월 열 나흗날 밤에 길에 내다 버림으로 해서 액을 미리 막는다.
6. 조롱
어린아이들이 액막이로 주머니 끈이나 허리에 차는 것인데 나무로 조롱박처럼 다듬어 밤톨만한 크기로 붉은 물감을 들인다. 청실홍실로 잘록한 곳을 묶고 끝에는 동전을 매달고 동짓날부터 차고 다니다가 정월 열 나흗날 밤 제웅 치러 다니는 아이들에게 돌려준다.
7. 쥐불놀이
음력 정월 들어 간지로 두 번째 자일(子日)을 상자일이라 하는데, 이날을 쥐날이라 한다. 이날 자시에 방아를 찧으며 쥐가 없어진다 하여 아녀자들은 이날 밤 늦게까지 디딜방아를 찧었다. 농부들은 쥐를 없애기 위하여 들에 나가 논두렁에 불을 지른다.
8. 모듬밥
음력 정월 초이렛날이면 마을에서 이웃끼리 쌀을 모아 밥을 지어 먹는데 이것을 모듬밥이라 한다. 이날이 되면 아침부터 아녀자들은 쌀자루를 메고 집집마다 돌며 생활 형편에 따라 얼마씩의 쌀을 거두어서 밥쌀만큼은 제하고 나머지는 팔아서 반찬거리를 장만하고 음식을 만들어 동네 어른들에게 바쳐 대접하고 모여 앉아 모듬밥을 먹는다.
9. 복토 훔치기
정월 열나흘날 밤에 가난한 사람이 부잣집에 몰래 숨어들어 마당이나 뜰의 흙을 파다가 자기 집 부뚜막에 바르면 부잣집의 복이 옮겨와 부자가 된다고 믿었다. 이날 밤은 부잣집에서는 복토를 도둑맞지 않으려고 사방에 불을 밝히고 머슴들은 밤을 새면서 복토를 지키고 가난한 사람은 기를 쓰고 복토를 훔치려고 했는데 들키더라도 불문율에 부쳤다.
10. 입춘방
입춘은 만물이 소생하는 날이라 하여 집집마다 기둥이나 대문에 좋은 글귀를 써 붙였다. 글씨를 못 쓰는 사람은 남에게 부탁해서라도 써 붙였는데 상중에는 이를 하지 않았다. 이렇게 써 붙이는 것을 춘방 또는 입춘축이라고도 했다. 김천 지역에서는 주로 ‘입춘대길(立春大吉)’이나 ‘건양다경(建陽多慶)’을 많이 붙였다.
11. 삼재 부적
삼재는 사람의 생년월일을 간지로 따져서 액운이 드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9년마다 삼재를 맞게 되는데 삼재의 액운을 면하려면 응삼우를 그려서 문 위에 붙여야 한다. 응삼우는 머리가 셋 달린 매인데 붉은 색으로 그린 것이다. 김천 지방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부적이다.
12. 볶은 콩
정월 들어 첫 축일 날에는 다섯 가지 잡곡을 볶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꺼내 먹으면 그해는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다섯 가지 잡곡은 흰콩, 서무대콩, 보리, 수수, 기장 등이다. 김천 지방에서는 오곡 대신 콩과 밀을 섞어서 볶은 콩을 대신하기도 했다.
13. 대보름
대보름날 새벽 어두운 골목길을 누비며 복조리를 사라고 대문을 두드리면 어느 집이나 거절하지 않고 복조리를 사 주는 것이 관행이었다. 산 복조리는 부엌이나 방문 위에 걸어 두고 돈과 엿을 넣어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조리를 사용했다. 대보름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아이들은 친구나 친지를 찾아가 더위를 판다. 이름을 불러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라”고 고함을 친다. 더위를 산 사람은 남의 더위까지 걸머지게 되는 셈이다.
대보름날 아침에 호도, 밤, 잣 같은 단단한 과일을 깨물어 그 껍질을 마당에 버리며 “부름 나가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한 해 돈안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믿었다. 보름날 해 뜨기 전에 세수한 후 분을 바르면 마른버짐이 피지 않는다고 했다. 귀밝이술은 이명주(耳明酒)라 하여 대보름날 아침에 맑은 술을 한 잔 마시면 귀가 맑아진다고 하여 아이들에게도 마시게 했다. 대보름날에는 불을 지피지 않기 때문에 찹쌀, 조, 콩, 팥 등 다섯 가지 곡물로 지은 오곡밥을 전날 해 두었다가 아침에 먹었다.
저녁이 되면 미리 나무를 쌓아 장만해 둔 달집에 불을 지르면서 “달 불이야!”라고 소리치고 한 해의 소원을 기원하는 달맞이를 했다. 달집을 태우는 것은 지난해의 묵은 액을 모두 불에 태워 보낸다는 의미이다. 뜨는 달의 색깔을 보고 한 해의 풍흉을 가늠하는 달 점도 쳤다. 아이들은 설날부터 날리기 시작한 연의 꼬리에 ‘송액영복’이란 글귀를 적어 날려 보냈다. 대보름날 밤에 달 불이 꺼지면 남녀노소가 가까운 다리로 가서 자기 나이만큼 다리를 왕복하면서 다리가 건강해지기를 기원했다.
14. 까치 날
정월 열엿샛날을 ‘까치 날’이라 한다. 달리 ‘귀신 날’이라고도 했는데, 이날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외출도 않는다. 남자가 일을 하면 우환이 뒤를 잇고 여자가 일을 하면 과부가 되거나 가을에 까치가 날아와 목화를 모두 쪼아 버린다고 한다. 외출을 삼가는 것은 이날 귀신이 돌아다니다가 몸에 붙어 들어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설부터 대보름까지 뛰어놀다가 농사철이 다가왔으니 이제는 하루쯤 집에 들어앉아 몸을 가다듬고 조용히 근신하라는 의미가 있다.
[2월 세시 풍속]
2월에는 액막이와 같이 피하거나 가신에 대한 섬김 의례가 많다. 대표적인 의례가 일 년 동안 가정에 재수가 있기를 기원하며 손을 비비는 비손과 영등할미, 한식 등이 있다.
1. 영등할미
영등할미 신앙은 2월 초하루에 하늘에서 영등할미가 내려오는데, 이때 할미의 딸을 데려오면 일 년 간 평온하지만 며느리를 함께 데리고 오면 일 년 내내 풍파가 있다고 한다. 가정에서는 아침에 상을 차리고 가족이 무탈하기를 빌었다.
2. 머슴 목맨 날
2월 초하루를 머슴 목맨 날이라고 했는데 머슴이 다가오는 농사일이 두려워 목을 맬 수도 있으므로 이날 쌀밥에 청어를 사다가 한 상 잘 차려 머슴을 대접했다.
3. 한식
한식은 동지를 지난 후 105일째 되는 날이다. 이날은 일절 불을 지피지 않고 밥도 찬밥을 먹으며 산소를 찾아 성묘도 하고 조상의 묘를 손질한다. 묘는 아무 때나 손을 대지 않는데 한식 일에는 흙으로 봉분을 높이는 가토도 하고 잔디를 갈아 심는 개사초도 했다. 석물이나 비석도 이날에 세우면 아무 탈이 없다 하여 지금도 한식이 되면 산소를 찾는 사람이 많다.
[3월 세시 풍속]
3월의 절기로는 청명과 곡우가 있고 삼짇날 봄놀이가 대표적인 세시 풍속이다.
1. 삼짇날 봉우놀이
음력 3월 3일은 삼짇날이라고 한다. 철새인 제비가 강남에서 겨우살이를 끝내고 일만 리를 날아오고 산과 들에는 새싹이 움돋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이때쯤에는 나비가 날기 시작하는데 노랑나비를 먼저 보면 행운이 오고 흰나비를 먼저 보면 상주되는 징조라 하여 꺼린다. 또 이날 머리를 감으면 흰 머리가 나지 않는다 하여 다투어 머리를 감는다. 김천시 아포읍과 남면 봉천리 마을 경계인 봉우산에는 삼짇날이 되면 시집간 인근 새댁들이 고운 옷으로 단장하고 모두 이 산에 올라 벗들을 만나 봄놀이를 하며 하루를 즐겼다.
2. 청명
24절기의 하나로 날씨가 맑게 갠다는 청명일은 양력 4월 5~6일에 해당된다. 이날부터 농사일에 들어가는데 농기구를 손질하고 누에치는 기구를 고치기도 한다.
3. 곡우물
1년 24절기 중 청명 다음이 곡우이다. 대개 음력으로는 3월 중에 있고 양력 4월 20~21일에 해당한다. 봄비가 촉촉이 내려 백곡이 풍요롭게 된다는 뜻의 절기이다. 이날이 되면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 청암사와 수도암 인근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고우물[곡우물]을 받아 마셨다. 자작나무 둥치에 흠을 내거나 가지를 휘어 끝을 잘라 수액을 받아 마시는데 속병에 잘 듣는다고 하여 밤을 새며 받는다. 고부간에 뜻이 맞지 않아 생긴 속병을 고우물로 낫게 하려고 며느리는 아침 일찍 청암사에 갔다가 바로 돌아왔는데 시어머니는 밤을 새워 마시느라 그 다음날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4월 세시 풍속]
4월은 부처님오신날이 들어 있는 달로서 연등절로 통칭되기도 한다.
1. 연등절
음력 4월 8일은 석가모니 탄신일이다. 이날을 초파일 또는 욕불일이라 하고 1985년부터 공휴일로 제정되었다. 초파일이 다가오면 절에서는 등 만들기에 바쁜데 요즘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제작한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등이 다양하지 못하다. 절 마당에 등간을 세우고 간상에 꿩 꼬리털을 꽂고 비단으로 기를 만들어 다는데 이 기를 호기라 한다. 호기에 줄을 걸고 줄에다 등을 단다. 옛날에는 민가에서도 등불을 밝혔으나 지금은 절에서만 단다.
2. 버들피리 불기
김천은 감천을 비롯한 지류가 많아 예부터 버드나무가 많았다. 4월이 되어 버드나무에 물이 오르면 아이들은 버드나무를 꺾어 양손으로 비틀어 피리를 만들어 불었다.
3. 봉숭아물 들이기
부녀자들은 장독대나 담 밑에 핀 봉숭아의 꽃과 잎을 찧고 백반과 혼합해 손톱에 얹어 물을 들였다. 붉은 색을 싫어하는 귀신을 쫓는다는 주술적인 의미도 있다.
[5월 세시 풍속]
5월은 통상 단오절이라고 하는데 5월 5일 단오일에 창포에 머리를 감고 집에 부적을 붙여 귀신을 쫓았다. 아이들은 들판에 익은 밀을 뽑아다가 불에 그슬려 먹었다. 또 단오 쑥이라 하여 쑥과 익모초를 뜯어 말리기도 했다. 말린 쑥은 다발로 묶어 벽에 걸거나 문 옆에 세워 두었는데 집으로 들어오는 귀신을 쫓는다는 의미이다.
1. 창포물에 머리 감기
부녀자들은 단옷날 창포를 삶은 물로 머리를 감았는데 이날 머리를 감으면 머리에 윤이 나고 탈모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2. 그네뛰기와 씨름
부녀자들은 마을 인근의 나무에 그네를 매고 그네뛰기를 하였으며, 남자들은 씨름을 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김천 지방은 단오놀이로 씨름이 유명하고 직지사에서 벌어지는 단옷날 씨름판에 수천 명이 모인다고 기록하고 있다.
3. 단오 부적
단옷날에는 해코지하는 귀신을 쫓기 위해 부적을 만들어 붙였는데 이를 ‘천중부적’이라 한다. 부적은 붉은 글씨로 귀신을 쫓는 주술을 적어 출입문 윗벽에 붙이거나 처용 상을 그리기도 하며, 머리가 셋 달린 독수리를 그려 붙이기도 한다.
4. 단오 쑥
단옷날이면 쑥과 익모초를 뜯어 말리는 풍습이 있었다. 단옷날 햇살이 퍼질 때의 익모초는 약효가 많다고 하여 산모에게 즙을 내어 마시게 하고 평소에 쓸 약으로 말려 둔다. 또 쑥을 베어서 다발로 묶어 문 옆에 세워 두는데, 이는 재액을 물리치기 위함이다.
[6월 세시 풍속]
6월은 모내기와 같은 중요한 농사일이 몰려 있으므로 농사와 관련된 의례가 많다.
1. 논고사
음력 6월 15일은 유두 또는 유두절이라 하는데 이때의 논고사는 논을 매기 전후에 행하는 풍년 기원의 의미가 있다. 나락이 팰 때인 유두에는 송편과 찹쌀 부꾸미를 만들어서 논 귀퉁이의 물 배수구마다 호박 잎사귀를 깔고 떡을 바쳤다. 그 뒤를 아이들이 따라 다니며 떡을 빼먹는데 이것을 “떡 빼러 다닌다.”고 한다. 이것이 가장 일반적인 논고사[논꼬지, 논고시]의 형태로 김천시 부항면 파천리 일대에서는 지금도 행하고 있는 풍속이다.
2. 유두연
유두일에 선비들이 푸짐한 안주를 마련하여 계곡이나 정자를 찾아가서 시가를 읊으며 하루를 풍류로 지냈다. 이를 유두연이라 했는데 이때는 햇과일이 나오므로 참외, 수박에다 국수나 떡을 만들어 함께 사당에 제사를 올렸다. 이날은 국수를 시원한 참물에 말아 먹었는데 장수하라는 뜻이다.
3. 보신탕 먹기
6월이 되면 초복, 중복, 말복 등 삼복이 닥치는데 김천 지역에서는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면 원기가 빠진다 하여 개장국이라는 음식을 먹었다. 지금은 보신탕으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시내에 30여 개소의 음식점이 성행할 만큼 인기가 있는 여름철 보양 음식이다.
4. 호미걸이
옛날에는 벼농사의 마지막 일인 제초 작업이 있었는데 끝이 긴 논매기 호미로 논을 맸다. 벼 포기 사이의 땅을 호미로 떠서 뒤집어 놓음으로써 땅속에 산소도 공급하고 풀도 없애는 작업인데 세 번을 거듭하였다. 마지막의 세벌 논매기가 끝나고 호미를 씻어 걸어 둔다 하여 호미걸이라 했다. 이날 마을에서는 가장 농사를 잘 지은 머슴을 뽑아서 삿갓을 씌워 소에 태우고 춤을 추면서 마을을 돌면 머슴의 주인은 음식을 장만하여 푸짐하게 대접했다 하여 머슴날이라고도 했다.
[7월 세시 풍속]
옛날에는 7월이 되면 삼베옷을 만들기 위해 여러 할머니, 어머니들이 마당에 둘러 앉아 두레삼을 했다. 또 칠석날에는 신을 모시는 사람들이 최고로 치는 날이어서 절에 많이 갔다. 백중날의 놀이로는 이웃 동네와 씨름을 겨루거나 큰 머슴의 공을 치하하는 행사 등이 있다.
1. 칠석
음력 7월 7일은 칠석이라 하여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동쪽에는 직녀성, 서쪽에는 견우성이 1년에 서로 한 번 만나는 날이라 한다. 이날은 비가 오는 경우가 많은데 견우와 직녀의 이별의 눈물이라고 한다. 칠석날에는 약수터를 찾아가 약수를 마시고 약수욕을 한다. 또 술과 음식을 내어 마을 노인들을 대접하고 일꾼들을 위로하는데 이를 ‘나다리’라 한다. 또 집집마다 호박범벅을 만들어 먹는다.
2. 백중
음력 7월 15일을 백중(百中), 백중(百衆), 백종(百種), 중원(中元), 망혼일(亡魂日) 등이라고 부른다. 고려 시대부터 불교가 성하여 이날에 우란분회를 베풀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절에 가서 제를 올리고 농가에서는 머슴에게 새 옷을 사주고 용돈을 주어 농악 놀이나 씨름판 구경을 보낸다.
[8월 세시 풍속]
8월은 햇곡식이 나오는 수확의 계절로서 조상에게 감사하는 의례인 추석이 가장 대표적인 세시 풍속이다.
1. 추석
김천 지역에서는 추석에 새 옷을 입고 햅쌀로 빚은 송편과 여러 가지 햇과일 등 음식들을 장만하여 추수를 감사하는 차례를 지낸다. 또한 맛있는 음식을 이웃과 다정하게 나누어 먹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아무리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도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겁게 보냈으므로 “1년 열두 달 365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도 생겨났다. 온갖 곡식이 무르익는 결실의 계절로서 가장 밝은 달밤이 들어 있으며,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는 뜻으로 성묘를 드린다. 성묘 때 잡초를 베는 것을 ‘벌초(伐草)’라고 하는데 벌초는 통상 추석 한 달 전부터 성묘 하루 전까지 한다.
2. 참새 쫓는 태기
벼가 여물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논으로 나가 새를 쫓는다. 이때 ‘태기’라고 불리는 참새 쫓는 도구를 흔들어 소리를 낸다.
[9월 세시 풍속]
9월은 국화전과 국화주를 먹는 중양절과 제사 날짜를 모르는 조상과 후손이 없는 귀신들에게 합동으로 제사를 드린다.
1. 중양절
음력 9월 9일은 중양절 또는 중구라 한다. 3월 3일, 5월 5일과 같이 양수(陽數)가 겹친 날로 신라 때부터 내려오는 명절인데 지금은 이름만 남아 있다. 3월 삼짇날에 돌아온 제비가 중양일에 다시 강남으로 돌아간다는 날이다. 옛날에는 3월 삼짇날과 이날에는 노인들에게 잔치를 베풀었는데 경로사상의 발로라고 하겠다. 중구일에는 제사의 날짜를 잘 모르거나 자손이 없는 혼령들에게 그 집안에서 구월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2. 국화전 부치기
봄에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해 먹듯이 가을이 무르익는 이날에는 국화로 국화전을 해 먹고 향기가 높은 국화를 넣어 국화주를 담가 마셨다.
[10월 세시 풍속]
10월에는 추수에 대한 감사 의례가 주로 행해진다. 묘사, 고사, 안택이 이달에 행해진다.
1. 성주제
김천 지역에서는 정월과 음력 10월이 되면 가정에서 좋은 날을 받아 성주제사 준비에 들어간다. 성주의 표상으로는 창호지를 10㎝ × 17㎝ 크기로 네모로 접고 그 속에 쌀이나 돈을 넣어 대들보 밑 벽에 나무못으로 네 모서리를 고정시켜 얹어 놓는다. 이어 술과 떡, 과일과 함께 차려 놓고 제사를 드린다. 살림이 넉넉한 집에서는 무당을 불러 성주굿을 크게 벌이기도 한다. 성주 신앙은 김천 지역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가정 신앙의 형태이다.
2. 묘사
김천 지역에서의 묘사는 음력 10월에 지내는 시제(時祭)를 일컫는다. 시제는 5대조 이상을 1대상으로 하는 묘제로 가문의 제례 중에서 가장 큰 행사이다. 시제에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 따라서 그 비용을 묘답으로 불리는 전답에서 충당한다. 참여하는 숫자가 적은 집안에서는 각각 음식을 분담하여 묘제를 올리기도 한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묘사의 절차는 제사의 절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묘소가 산에 있기 때문에 산신제를 먼저 지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묘제의 순서는 제수진설(祭需陳設), 참신(參神), 강신(降神), 초헌(初獻), 아헌(亞獻), 종헌(終獻), 진숙수(進熟水), 사신(辭神)으로 되어 있다.
[11월 세시 풍속]
11월은 농한기에 접어들어 수확한 농작물을 저장하고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또한 동지에는 액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다양한 세시 풍속이 성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팥죽 쑤기이다. 동지가 되면 팥죽을 쑤어 삼신, 성주에게 빌고 모든 병을 막기 위하여 팥죽을 먹거나 사방에 뿌려 잡귀를 몰아낸다.
김천 지방에서는 동지 때에 팥죽을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먼저 조상에게 바치고 난 뒤에 식구들이 먹는다. 또 여러 그릇에 나누어 퍼서 장독, 곳간, 헛간, 방 등에 놓아둔다. 그리고 대문과 벽, 곳간 등에 뿌림으로 해서 팥죽의 붉은 색이 잡귀를 몰아내는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김천 지역에서는 팥죽에 새알만한 수제비를 넣고 쑤는데 이것을 ‘새알심’ 또는 ‘새알 수제비’라 한다. 팥죽은 먹는 사람의 나이 수대로 새알심을 먹으면 한 살 더 먹었다고 한다.
[12월 세시 풍속]
12월은 본격적인 농한기에 해당한다. 월동 준비와 농기구 손질, 땔감을 준비하고 새끼줄과 가마니를 짠다. 12월을 섣달, 서웃달이라 하며 12월 말일을 섣달그믐이라 한다. 일 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말일에는 묵은해를 보내는 송신 의례를 행하고 밤새도록 불을 켜 두어 잡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1. 세찬
12월 마지막 날인 그믐이 되면 세찬이라는 음식을 이웃 간에 주고받는 풍습이 있다. 새해를 맞이하기에 앞서 서로의 복을 비는 인사이다. 김천 지역에서는 생닭이나 술, 고기를 주로 주고받았다.
2. 묵은세배
섣달 그믐날 저녁에 사당에 절을 하고 어른들에게도 절을 했는데 이를 묵은세배라 한다.
3. 납일
동지 후 셋째 무일(戊日)을 납일이라고 하는데 이날 새를 잡아먹으면 보신이 된다고 하여 참새를 잡아 구워 먹는 풍습이 있었다. 밤에 초가집 처마 밑을 뒤져 새를 잡다가 구렁이에게 물려 혼이 났다는 이야기가 김천시 부항면 하대리에 전해진다.
[윤달 세시 풍속]
윤달은 평년보다 한 달 더 있어 공달이라고도 했다. 윤달에는 귀신이 모르는 달이라 하여 어떠한 일을 해도 아무런 탈이 없다고 했다. 속담에 ‘송장을 거꾸로 세워 놓아도 탈이 없다’고 할 만큼 해악이 없는 달이다. 따라서 윤달에 이사나 묘 이장, 석물 설치를 많이 했다.
[의의와 평가]
세시 풍속은 민족적 보편성에 지역적 특수성이 반영되어 오랜 세월 속에 의례, 제의, 주술, 오락이 가미되어 정착된 것이다. 이러한 세시 풍속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생물처럼 움직여 왔다. 농업 사회에 그 기원을 두고 출발한 세시 풍속은 사회 구조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설날, 추석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라진 전설이 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삶을 조화시키고자 했던 정신만큼은 대대로 이어가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김천시 부항면과 대덕면, 증산면 일대에서 논고사와 곡우물 마시기 등의 세시 풍속이 현재에도 전승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속에 대부분의 세시풍속이 사라지거나 축소되어 지역 세시풍속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를 통해 전승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